메인 비주얼

여행게시판

컨텐츠

개심사에 봄이오면
관리자
Date : 2016.03.17

 

춘분이 지났다. 삼사월 꽃 피고 잎 날 때 추위가 오기도 하는데, 이때 추운 것은 날씨가 꽃과 잎이 피는 것을 샘하므로 춥다 하여 꽃샘 또는 잎샘이라 한다. 삼사월에 꽃과 잎이 피는 것은 시샘하는 추위가 중늙은이 얼어 죽을 정도로 매우 추움을 뜻하기도 한다. 비단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추위는 아니다. 신체적 손상을 가진 장애인도 꽃샘추위에 맥을 못 춘다. 그렇다고 실내에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따스한 봄볕도 맞아야 하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도 마중해야 한다. 봄은 행복을 예견하기도 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가장 좋을 때를 "그때가 내 인생의 봄날 이었지", "지금이 봄날인줄 알아" 라고 할 때도 있다.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는 청춘을 봄날에 비유하기도 하니 그래서 봄은 모든 생명의 원천인가 보다.

 

올 봄은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온다고 한다. 성질 급한 꽃들은 꽃망울을 터트리며 북상중이지만 나에게 봄은 더디 오는 것만 같다. 봄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게으름 피고 있는 봄을 끌어오려고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서산으로 달려갔다. 서산은 수도권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먼 곳이기도 하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대중교이 마땅하지 않지만 자차를 이용해서 가기엔 가까운 거리다. 서산엔 여행하기 좋은 곳이 많다. 먼저 찾은 곳은 개심사다. 개심사는 봄으로 가득했고 '마음을 여는 절'이다. 건조한 일상을 살다보면 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릴 때가 있다. 개심사는 닫혔던 마음까지 활짝 열 수 있는 넉넉한 사찰이다.

 

개심사는 서산에서 손가락에 꼽힐 만큼 작은 사찰이지만 여행객에게는 부천님의 자비를 아낌없이 나눠주는 곳이다. 개심사 대웅보전은 조선초기의 건축물로 국가보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행객은 대웅전 입구까지만 접근 가능하다. 고 건축이 모두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다. 과거엔 더욱 그랬을 것이다. 6세기 개심사 창건 당시 몸이 불편한 사람까지 생각하지 안했을 것이다. 사찰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볼 수 없지만 상왕산 개심사(象王山開心寺)라는 예서체의 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오다. 현판이 개삼사의 나이만큼 중후하다. 현판의 글씨는 근세의 서화가 혜강 김규진(金圭鎭)의 필체이다. 봄 햇살을 가득 받고 있는 현판은 개심사의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개심사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암벽 가득히 세 분 부처가 볼이 터질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해를 따라 미소 짓는 표정도 자비로워 백제의 미소라고 불린다. 서양엔 모나리자의 미소가 있다면 한국엔 서산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있다. 장애가 없을 땐 마애삼존불을 보려고 자주 찾는 곳이었다. 지금은 휠체어를 사용해서 접근 할 수 없지만 해를 따라 편안 미소를 짓는 마애삼존불을 생각하니 저절로 입 꼬리가 올라간다.

 

 

20160319_154903.jpg

 

20160319_154927(0).jpg

 

20160319_155411_001.jpg